휴대폰을 교복 주머니 속으로 되돌려 놓은 후 정류장 한쪽에 설치된 전광판을 올려다봤다. 전광판 위로 각 버스의 도착 예정 시간이 초록색 불빛으로 떠올랐다 이내 사라졌다. 1214번 버스는 3분 후 도착 예정이었다. 3분 후라⋯. 그렇다면 어제와 비슷한 시간대에 버스가 도착할 것이다. 그 시간에 우연히 한 번 만났다고 또 그 시간에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보장...
"이름처럼 참 예쁘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처음 만나서 이름을 알려주면 보통 다 저렇게 말한다. '참'이란 단어는 쓰는 사람에 따라 '존나' 또는 '개'로 바뀌기도 했다. 최고은. 어찌 보면 꽤나 흔한 이름과 성인데 그 둘이 만나니 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물론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어른들은 그냥 고은이란 이름...
졸업식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교실 안은 어딘가 조금 들뜬 분위기였다. 삼삼오오 모여 웃으며 떠들어대는 아이들의 목소리에선 숨길 수 없는 해방감이 묻어나왔다. 누군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만세 삼창을 외쳐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소란함으로 가득한 교실 안에서 나만 홀로 동떨어져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다. 생각의 대상은 여지없이 오늘 아침에...
순간적으로 나의 현실감각을 의심할 정도로 예뻤다. TV나 휴대폰을 통해서만 보던 연예인들을 실제로 눈앞에서 마주한 느낌이 이럴까? 아니, 뭔가 그것보다도 훨씬 더 비현실적인 느낌. 나와는 아예 다른 차원에서 온 거 같은 낯섦이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그쪽 차원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이거." 짤막한 한마디와 함께 여자애가 내 쪽으로 슥 ...
예전부터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었다. 누군가 깨우지 않으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을 자곤 했다. 어릴 때는 그게 그렇게 큰 문제로 여겨지진 않았다. 그러다 내가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중학교에 배정되어 통학 시간이 늘어나게 되자, 그것은 아주 큰 문제로 이어지게 되었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 나의 아침은 무척 소란스러워졌다. 5분 단위로 울려대는 휴대...
"나 기억 안 나?" "안 나는데요." "아, 서운하네." "⋯⋯." "진짜 안 나?" "⋯네." 자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여자를 피해 한결이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이윽고 옥상 끝자락에 다다른 여자가 조금 전 한결이 그랬던 것처럼 난간 위에 손을 얹고는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한결이 넘어져 있던 곳을 손가락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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